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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4/29 다큐멘터리 - 워낭소리 (1)
30년이라는 오랜 친구. 내 나이 보다도 오래된 30년이라는 시간 동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함께 일하며 지낸 할아버지와 소의 관계는 단순히 주인과 가축의 관계는 아닐 것이다. 연세가 많으신 할아버지 만큼이나 힘겹게 달구지를 끌고 다니는 소. 왜 할아버지는 이토록 소를 고집하는 것일까?
어떤 분들은 다큐멘터리를 보고 고생하는 할머니와 고집센 할아버지, 그리고 늙은 소만이었다고 평하기도 한다. 사실이다. 할머니는 내내 할아버지에게 소를 팔아버리자고, 저 소를 팔아야 나도 고생을 덜 한다고 계속 말씀하신다. 다른 집에서는 편하게 농기계도 이용하고 농약도 뿌려가며 농사를 짓는데,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그 흔한 농기계 하나도 이용하지 않고, 소가 행여나 먹을까 농약조차 뿌리지 않는다. 이는 분명 할아버지의 고집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놓고 '할아버지가 고집이 세네. 그게 문제네'라고 한다면 그것은 겉만보고 속은 제대로 못 본 것이다.
할아버지의 고집은 어디에서부터 출발하는가? 나는 그것이 곧 소에 대한 할아버지의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말 못하는 소이지만 30년이라는 시간을 함께했다면 가족, 아니 어쩌면 가족보다 더 소중한 존재일 것이다. 직접 풀을 베어 먹여가며 키우고 일하고, 오랜 시간을 함께 한 친구이자 인생의 또다른 동반자인 소를 어떻게 내다 팔 수 있을까. 누가 기계의 편리함을 모를까마는 그 보다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게 소 그 자체이기에 큰 마음 먹고 찾아간 우시장에서도 할아버지는 시세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터무니 없는 가격을 불렀을 것이다. 어쩌면 할아버지는 소가 팔리는 게 싫어 가격을 그리 높이 불렀는지도 모르겠다. 소도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눈물을 흘렸으니까.
'좋은 데 가그래이.' 소가 운명을 다 할때 할아버지가 소에게 마지막으로 전한 인사였다. 누구나 태어나면 죽게 되어 있고 그건 남녀노소, 심지어 사람이나 동물 모두에게 공평하지만, 여전히 떠난 다는 것은 미지의 세계라는 점에서, 그리고 더 이상 함께할 수 없다는 점에서 슬프며 동시에 두려움의 대상이다. 이제는 그것을 준비하는 단계인 할아버지와 할머니. 상당히 오래되어 보이는 라디오가 고장난 것에 라디오도 고장나고, 할아버지도 고장나고 소도 고장났다며 웃으시는 할머니의 모습이 마냥 즐거워 보이지만은 않았던 이유는 그 때문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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