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잘 하고 싶다.' 학교를 다니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해보는 생각일 것이다. 그런데 왜 학생들의 학습성취도에는 차이가 있는 것일까? 학습에 투자하는 절대적인 시간, 공부에 대한 흥미도, 학습 동기, 부모의 경제적인 능력 모두 그 요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같은 시간을 투자해서 공부를 한다고 해도 개인차는 나타난다. 왜 그런 것일까? 그 궁금증을 '공부의 왕도 1부 - 인지세계는 냉엄하다'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조직화 전략 - 이해를 잘 하는 것이 기억을 위한 첫 단계

  제작진은 2초에 한장씩 100장의 카드를 보여 주고 다시 기억해 내는 실험을 준비했다. 서울대, 스탠포드대, 워싱턴대, 카네기 멜론대 등에 입학한 8명의 새내기 대학생들과 산본중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이 진행되었다.

새내기 대학생들

산본중학교 학생들



  산본중학교 학생들에게는 1차와 2차로 나누어 실험을 했고 1차와는 달리 2차에서는 100장의 카드가 10개의 항목으로 나누어짐을 학생들에게 알려 주고 답안지에 아래 사진처럼 미리 표로 작성해 두었다.

실험1 100장의 카드 기억하기

실험2 항목을 알려 준 후 기억하기

항목이 미리 적혀있는 답안지



  실험 결과는 놀라웠다. 1차에서는 평균 23.92개를 기억했던 것에 비해 항목을 알려준 2차에서는 40.62개를 기억해 낸 것이다.


  실험을 치룬 학생들 중에서는 1차와 2차의 기록이 많게는 2배 정도 차이나는 학생도 있었고 큰 차이가 없는 학생들도 있었다.

차이가 많이 나는 학생

차이가 거의 없는 학생



  이유는 간단했다. 격차가 큰 학생은 1차 실험에서 '조직화' 전략을 사용하지 않은 반면 차이가 거의 없는 학생들은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자기 나름대로의 항목을 만들어 기억해 냈기 때문이다. 아래 그림은 격차가 크지 않았던 학생의 1,2 차 시험지를 비교해 놓은 것이다. 항목별로 색을 칠해 분석해 보니 같은 항목이 여러개 나열되어 있음을 확인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8명의 새내기 대학생들의 실험 결과는 어땠을까? 그들은 평균 46.25개를 기억해 내었는데 놀라운 것은 8명 모두 자기만의 조직화 전략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게중에는 아예 항목별로 분류해서 답안을 작성한 학생도 있었다.


  실험진은 또 다른 실험을 진행했다. 바둑에 대해 잘 아는 전문 바둑 기사와 그렇지 않은 일반인을 상대로 바둑알의 위치를 기억해 내는 실험이었다.

실험 게임 중인 바둑판 외우기

바둑기사와 일반 대학생

정확히 기억해낸 바둑기사


   바둑기사는 정확히 바둑알의 위치를 기억해 냈다. 바둑에 대한 지식이 있는 사람들은 바둑알을 보고 게임의 흐름을 파악하고 패턴을 분석해 몇 개의 그룹으로 묶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일반인의 경우에는 100여개의 바둑알이 그저 100여개의 바둑알로만 보일 뿐이다.

그룹화된 바둑알

100여개의 독립적인 바둑알



  하지만 무작위로 섞어 놓은 바둑알은 바둑기사도 다시 기억해 낼 수 없었다. 그것을 패턴화하고 조직화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조직화'는 기억해야 할 덩어리 수를 줄여줌으로써 보다 쉽게 기억을 유지하고 보존할 수 있게 한다. 즉, 보다 효과적인 기억을 위해서는 '조직화' 전략이 필요하며 이는 곧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호화 - 능동적 경험

  학창시절, 평소에는 공부를 안 하다가 시험기간이 되면 그제서야 부랴부랴 벼락치기를 해본 경험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양의 내용을 암기해야 되기 때문에 효과적인 공부 방법이 필요한데 그 중 누구나 사용해 봤을 법한 것이 앞글자 따서 외우기이다. '태정태세문단세~'하며 조선 왕조의 이름을 외우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처럼 앞글자를 따서 외우는 것은 부호화의 일종이다. 연기와 인지 체화에 관한 연구를 한 사람들은 이를 '능동적 경험'이라고 했는데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정보를 능동적으로 분석하여 일반적인 학습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앞서 출연한 8명의 대학생들도 다들 저만의 공부 방법을 가지고 있었다. 자기가 공부할 내용을 남들에게 가르쳐 준다는 생각으로 거울앞에 서서 이야기 하거나, 마음속에서 이미지를 만들어 개념화 하고 그것에 공중에 떠 있다고 생각하며 서서 공부를 하는 학생도 있었으며 문장의 첫글자를 따서 암기하는 학생도 있었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의 특징은 저마다의 부호화 전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개인의 성향에 맞는 공부방식을 찾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주기적으로 복습하라 - 에빙하우스의 망각 곡선

  에빙하우스는 인간의 기억에 대해 과학적으로 연구한 학자이다. 그는 인간의 망각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사람의 기억력은 최초로 학습이 이루어진 시점부터 급속히 떨어지기 시작하여 20분이 지나면 58%만이 남고 31일이 지나면 그 21%만 남게 된다는 결과를 얻었다. 하지만 주기적으로 복습을 하면 망각이 일어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에빙하우스 망각 곡선

에빙하우스 망각 곡선 변형



  기억이란 곧 구성의 과정이다. 인간은 학습을 하면서 기존에는 몰랐던 지식들을 책이나 경험 등을 통해 자신만의 지식으로 구성해 낸다. 학습은 곧 새로운 지식을 기존의 네트워크에 삽입해 가는 과정인데 이때 중요한 것이 새로운 지식을 이미 존재하는 지식과 잘 연결하는 것이다.


  제작진은 또 다른 실험을 진행했다. 야구부와 피아노과 학생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야구경기 시청과 클래식 음악감상을 한 후 그에 대한 내용 및 소감을 묻는 질문이었다. 당연한 결과이지만 야구부 학생들은 야구 경기 영상을 보고 어떻게 해서 점수를 내게 되었는지, 어떻게 해서 출루를 하거나 수비를 하게 되었는지 등에 대해 자세히 기억해 내었지만 피아노과 학생들은 그저 공이 왔다 갔다 하는 모습 외에 별다른 내용을 기억해 내지 못했다. 반면 음악 감성에 있어서 피아노과 학생들은 곡이 단조에서 장조로 바뀌는 것과 그에 대한 느낌, 어떤 경우에 이런 음악을 들으면 좋을지 등에 대해 자세히 적었지만 야구부 학생들은 그렇지 못했다. 그만큼 배경지식이 갖는 의미가 크다는 것이다. 이는 곧 지식의 부익부 빈익빈을 뜻한다. 다시 말해 지식이 부족한 사람은 정보 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이해가 부족하게 되고 이해가 부족하니 기억을 못하게 되고 지식이 쌓이지 않다보니 다음 단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반면 지식이 풍부한 사람은 이해가 잘 되고 이해가 잘 되니 또 기억이 잘 되어 다음 단계의 지식 또한 잘 습득하게 되는 것이다.

  제작진은 앞서 실험을 진행한 산본중학교 학생들에게 3차 실험을 진행했다. 이번에는 100개의 단어를 자신이 직접 정하고 암기한 후 기억해 내는 것이었다. 실험 결과는 어땠을까?



  무려 78.2개를 기억해 냈다.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되겠지만 그 이면에는 바로 배경지식이 존재한다. 자신이 좋아하거나 기억하기 쉬운 방법을 이용해 단어를 만들어 나갔기 때문에 그 만큼 더 많은 단어를 기억해 낼 수 있었다. 남이 준 지식은 기억해야 할 대상이 되지만 이를 자신이 아는 지식을 활용해서 만들어 낼 경우에는 훨씬 기억해야 할 내용도 줄어들고 더 쉽게 기억을 끄집어낼 수 있다.


  메타인지 - 학습 하는 방법에 대한 학습

  메타 인지란 인지에 관한 인지, 즉 자신이 어떤 것을 인지해 나가는 과정에 대해 아는 것을 의미한다. 바꿔 말하면 학습하는 방법에 대한 학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공부를 잘 하기 위해서, 이해나 암기를 잘 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전략이나 방법이 있고 상황에 따라 그것을 잘 활용하는 것을 배우는 것이 필요하다. 성적이 높지 않은 학생에게 무작정 의자에 오래 앉혀 놓는다고 성적이 많이 오를 수 있을까? 물론 그럴 수도 있지만 그것은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다. 그 학생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어떻게 공부하는 지'에 관해 공부하는 것이다. 그리고 학생들이 그러한 메타인지에 관해 꾸준히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습관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에게 주는 시사점

  효과적인 학습이 이루어 지기 위해서는 우선 이해가 필요하며 이해를 잘 하기 위해서는 배경지식 또한 필요하다. 또 이것들을 자신만의 것으로 구성해 체화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메타 인지 전략이 필요하다. 따라서 학생들에게 이 세 가지 요소가 학습 상황에서 적절히 발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조건적인 암기를 강요하기 보다는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고, 이해하는 데 필요한 배경지식들도 전달해 줄 필요가 있다.(여기서는 '전달'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여기서 내가 의미하는 것은 교사 중심주의적인 지식의 전달 뿐만 아니라 학생중심의 조사학습, 토론학습도 포함하고 있다.) 또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 할 수 있는지 몇 가지 체계화 된 학습 방법에 대해 시간을 내어 설명해 주고, 특히 반에서 성취도가 뛰어난 학생들이 같은 반 친구들에게 자신의 공부방법에 대해 들려주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다른 아이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학습의 중요한 열쇠인 이해에 대해서 조금 더 이야기 해 보자. 수학자 스켐프(R. Skemp)는 수학적 개념에 대한 이해 유형의 일부로 도구적 이해관계적 이해를 비교하여 설명하였다. 새로운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동화와 조절이 잘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를 이용한 이해를 관계적 이해라 하고 그 이외의 것을 도구적 이해라고 하였다. 예를 들어 피타고라스의 정리라는 새로운 개념을 배울 때 왜 a^2 + b^2 = c^2이 되는지 증명을 해서 설명하는 것을 관계적 이해라면 그냥 (밑변)^2 + (높이)^2 = (빗변)^2 이라는 공식을 외우는 것은 도구적 이해인 것이다. 사교육의 대표 주자격인 학원에서는 주로 도구적 이해에 치중하게 되는데 짧은 시간에 많은 것들을 가르쳐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가시적인 성과, 즉 학생들의 성적을 올리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교교육에서는 관계적 이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얼마전 여자친구가 6학년 수학시간에 소수점과 분수의 관계에 대해 설명을 하면서 소수와 분수를 서로 바꾸는 것에 대해 질문을 했다고 한다. 당연히 학원에서 선행학습이 이루어진 아이들은 자신있게 대답을 했고 물론 그것들은 정답이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3과 2/5를 그림으로 그려봐라"라고 질문했을 때 선뜻 대답한 학생은 없었다고 한다. 아이들은 단순히 분수와 소수를 기계적으로 바꾸는 방법(도구적 이해)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지만 분수와 소수에 대한 개념(관계적 이해)은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은 사실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한 아이들은 얼핏 공부를 잘 하는 것 처럼 보인다. 문제를 내면 답을 다 구해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험을 보면 100점을 맞지만 과연 그 아이들이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고 있는가? 하면 그것은 쉽게 대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많이 알고 있는 것 처럼 보이는 아이들도 조금만 문제를 깊게 파고 들어가면 대답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나는 공교육이 담당해야 할 부분이 바로 이것이라 생각한다. "이거 학원에서 다 배워서 알지? 넘어가자~" 하는 교사가 학교에 있다면 그 사람은 교사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모든 일에 있어 '왜'를 이해하고 나면 그것이 쉬워지고 흥미로워 진다. 아이들에게 공부에 흥미를 느끼게 하고 그로 인해 학습 효과가 높아져 학업 성취도가 향상되고 학교에서의 생활이 즐거워 진다면 교사로서 무엇을 더 바랄 수 있을까. 이것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교사가 되자. 생각만 해도 즐겁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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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minsangk.com 민상k 2009/03/17 08:07

    좋은 글이네요.
    사교육을 '절멸' 시켜야 이 나라가 바로 설 것 같습니다.
    이에 관한 포스팅을 하나 쓰려고 오래 전부터 준비는 했는데 내용이 너무 길어져서 못 올리고 있네요 -.-.-

    • Favicon of http://skyfac.com 엔하늘 2009/03/17 08:21

      사교육이 주는 긍정적인 면도 있습니다. 물론 부정적인 영향이 워낙 크다보니 문제가 되는 것 같습니다. 내용이 길어진다면 세분화 해서 여러개로 나누어 포스팅해 보심이 어떠신지요~^^

  2. Favicon of http://jongamk.tistory.com 핑구야 날자 2009/04/25 08:29

    저희도 ebs잘 이용하고 있습니다.

  3. Favicon of http://http:/ehkim601dreamwiz.com 김은희 2009/08/25 18:22

    학교수업에서 관계적 이해 수업이 이루어진다면 아이들은 행복해질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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